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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기록

임파선 결핵약(결핵성 말초림프절병증) 복용 1주차

by 오밤삐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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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임파선 결핵을 판정받았다. 왼쪽 귀 아래 멍울이 생긴 지 꽤 오랜 시간 동안 병명도 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2017년 처음 생기기 시작해서 2021년 4월 23일 결핵성 말초림프절병증이라는 병명을 얻게(?) 됐다. 

 

왼쪽 귀 아래, 작은 멍울은 스트레스와 상황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고, 어느 날에는 두 개의 멍울이 나란히 자리 잡기도 했다. 그 상태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반복했고, 커지면 병원을 갔고, 잘 챙겨 먹고 잘 쉬면, 다시 작아졌기 때문에 '나의 작은 스트레스 주머니'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다 4월 셋째 주부터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수술을 했다. 수술 결과는 임파선 결핵, 결핵 확진 받기까지도 힘들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이번 주부터 먹기 시작한 임파선 결핵약. 결핵약 부작용에 대한 글을 많이 본 탓인지 먹기 두려웠다. 첫날 부작용은 울렁거림과 메스꺼움이었고, 이클립스를 한 통 사서 차 안에서 이동 중에는 한 알씩 먹었다. 둘째 날부터 아침 식전에 복용한 후, 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했더니 울렁거림이 덜 했다. 그렇지만 피곤한 증상은 계속 있었다. 

 

약을  아침에 먹은 다음에 오전부터는 목부터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피부에 닿으면 간지럽기까지 했고, 긁을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만 가렵던 몸은 자기 전에도 가렵기 시작했다. 약 복용한 지 3일째 됐을 때 감염내과에서 피부과를 연결해서 피부과 약도 함께 복용하고 있다.

 


 

오늘로 5일째 복용 중인 결핵약

소변 색은 당근 주스 색깔로 나오고, 콘택트렌즈도 살짝 노랗게 착색됐다. (원데이 렌즈로 교체하고 웬만하면 안경을 쓰고 있다) 결핵약은 아침 8시~8시 30분 사이 식전에 복용하고, 30분 뒤 밥을 든든하게 먹는다. 이렇게 먹어도 오전에 병원을 다녀오면 녹초가 돼서 점심 먹고 바로 눕게 된다. 

 

약 복용 후에는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 식사 후에도 약간의 울렁거림과 멍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그 증상이 더 심해진다. 피부 가려움은 피부과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무언갈 하지 않아도 나른하다. 평소 낮잠도 안 자는 편이었는데 세시간씩 낮잠을 자기도 한다. 

 


처음에 교수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환자분이 잘못해서 걸린 게 아니에요" 

 

내 마음을 간파하셨던 게 분명하다. 결핵일 수도 있다는 말에 '아 내가 뭘 잘 못 한거지.. 내 몸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이런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교수님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하셨다. 괜히 울컥하면서 위로 됐던 말이다. 

 

결핵은 완치할 수 있다. 그래도 우울감은 어쩔 수 없었다. 프리랜서 작가인 내게 다가온 이 병은 밥줄도 살짝(?) 끊어뒀다. 그러니 우울감은 더 올 수밖에... 많이 울었다. 울적한 생각뿐이라 눈물 밖에 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이럴 때 쉬어가면 된다는 걸.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가 보다.  내 나이에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이 정도는 돼야 하는데..'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여서 좀처럼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글 쓰는 일 뿐이다. 내게 찾아온 결핵에 대해서 조금씩 천천히 알아 가보자. 내 건강에 대해서도. 언젠간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니. 

 

 

 

 

그래도 다행히 식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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